EYE

스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여행하는신짱 2005. 10. 27. 16:48
스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신짱 bos@dreamwiz.com

언젠가 외국영화를 보다가 영화 속 주인공이 Anycall 휴대폰을 들고 커다란 삼성 간판이 내걸린 거리를 배회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영화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우연한 장면이었음에도 왠지 모를 뿌듯함에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섰을 때도 우리는 함께 기뻐했다. 해외에 나가서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상표만 봐도 민족적 자부심을 느끼는 나와 우리 국민들은 대단한 애국자임에 틀림없다.

자랑스런 한국인 스타과학자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과학분야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황우석 교수가 바로 그 당사자다.

그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난치병 치료를 획기적으로 앞당기고 인류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되었다. 생명과학 분야의 빛나는 업적에다 성실하고 서민적인 이미지가 더해져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황우석 교수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시켰고 생명공학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어 급기야 황우석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황우석신드롬은 애국심을 자극하는 주류 언론의 경쟁적인 보도에다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기에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위험성과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사소한 문제를 들먹여 황 교수를 흠집 내려는 것에 불과하며 우리나라를 스스로를 깎아 내리는 몰상식한 태도라고 매도되곤 한다.

서구의 과학계가 배아의 파괴라는 윤리적 문제에 직면해 줄기세포 연구에 진전을 보지 못할 때 황우석 교수는 국민들의 일방적인 지지와 자유로운 환경에서 충분한 연구를 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왜 황우석 교수와 같은 스타에 대한 비판이 허용되지 못하는가?

난자공여에 따른 인권문제와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배아 파괴 문제에 관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황 교수의 연구성과는 너무도 크고 갑작스럽게 다가왔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대한민국이 낳은 스타는 무조건 옳고 그에 대해 비판하면 국가의 위신에 해가 된다는 애국주의적인 발상 때문일까?

삼성그룹과 총수 이건희만큼 한국 사회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는 집단이나 인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과의 대결도 마다하지 않는 언론이 가장 무서워하는 인물이고 여야 정치인의 뒷돈을 대주던 후원자의 역할을 했던, 아니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도 삼성이다.

불법 탈법 정치자금의 돈줄이 되고, 순환출자, 편법 상속과 노동탄압을 앞장섰던 당사자임이 분명한데도 다들 그를 두려워한다.

언론이나 정치인뿐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도 삼성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세계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고 우리의 자부심이라고 느끼고 있다. 삼성은 대학생들이 가장 동경하는 직장이고 이건희는 가장 존경하는 스타이다.

심지어 삼성이 국민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생각까지도 하는가 보다. 그래서 잘못이 있더라도 삼성은 봐주기를 바라는 심정이고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생각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이것이 바로 '삼성공화국' 이건희신드롬의 정체이다.

삼성이 추구하는 경영철학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 아니라 세계일류라고 한다. 최첨단 산업에서 세계최고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자랑스러운 기업이라는 사실은 누구라도 인정한다. 하지만 불법 로비 노동 탄압과 같은 비정상적인 경제행위는 글로벌기업 삼성이 해야 할 일이 결코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과 삼성을 바라보는 애국 국민들의 마음을 안다면 지금과 같은 불법행위는 근절되어야 하고 총수 일가는 처벌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럴 때만이 삼성은 진정한 일류기업이 되는 길이 아닌가.

이제 진짜 스타 이야기를 해야겠다. 별 다섯 개짜리 맥아더가 바로 진짜 스타이다. 동상 철거시비로 유명해진 맥아더는 최근 들어 재 탄생한 해외스타이다. 이미 우리의 뇌리에서 살아진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그를 진짜 스타라고 믿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한국전쟁에서 민족을 구출한 수호신으로 버젓이 살아왔건만 해방 후 38선을 제멋대로 긋고 점령군으로 남한을 지배한 전쟁광이라는 평가가 애국적 보수 세력들에게는 용납되지 못하나 보다.

핵무기를 사용해서 우리 민족을 파멸시키려고 했고 미국에서조차 극단적 전쟁주의자라는 평가가 내려진다고 설명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파렴치한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으니 말이다.

맥아더 동상은 그저 동상일 뿐이다. 청산되어야